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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구성주                                           일시 2006-12-20 23:00:42
  글제목  앞 집 할머니

앞 집 할머니

새로 이사를 오고

코 앞 슬레이트 지붕의 할머니와 친해진다

텃밭에서 일군

가지, 고추, 호박, 무를 준다

마땅히 드릴 게 없어

달걀 5개를 삶아서 드린다

이가 성치 않아 소화를 못 시킨다며

한사코 손을 내젖는다

매번 그렇다

계속 권하자 달랑 한 개만 받아든다

서부의 사나이도 아니면서

언제나 긴 장미 담배를 꼰아물고

겨울 땔감을 톱질 한다

담배 가게 할매의 은근슬쩍 험담에 의하면

젊어 마포에서 쌀장사를 했다나

몇 년 전까지 마을에서 점을 봤다나

자식이 여덞인데 아무도 찾지 않는다나

정신이 좀 나갔다나

푸석푸석한 백발의 머리를

얼기설기 쪽진걸 보면

굽은 허리로

물기 없이 마른 북어 대가리에 붙어있는

휑한 황달기의 눈을 보면

빈 병은 가게 앞에 가져다 놓으라는

담배 가게 할매의 말도

과히 틀려 보이지 않는다

할머닌 술기운에 느닷없이 와서는

울고 넘는 박달재가 어디냐고 묻는가 싶더니

퇴계 이황 선생이 어찌 죽었냐고 물어

모른다고 하자

그것도 모르냐며

가시에 찔려서 죽었다고 가르쳐 준다

김일성이가 자기에게 용돈 받으러 와서

죽었습니다 하고 꼼짝없이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나

이 마을에서 삼십 년을 살았다나, 그래서 치가 떨린다나

이도 성치 않으신데

앞으로 한 십 년은 더 치가 떨리실 것 같다

뭘 먹고 사냐고 묻길래

부인이 일주일에 두세 번 직장에 나가고

집에서도 일한다고 하자

아자씨는 뭐하시고

저야 밥하고 애보고 그러지요 뭐

할머니가 “ 맙소사 ” 를 외친다

나도 웃으며 “ 맙소사 ” 한다

할머니가 재미있어 하며 다시 “ 맙소사 ” 를 외친다

나도 신나서 “ 맙소사 ” “ 정말 맙소사 ” 입니다 하고

소리 내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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