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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덤바우                                           일시 2004-02-04 14:14:33
  글제목  껍데기

             껍데기

마을 이장 일을 보시던 아버지는 마을에서 소나 돼지, 개를 잡으면 부드러운 살코기는 제쳐놓고 항상 껍데기만 누구보다도 먼저 챙기셨다. 껍데기 그슬리는 냄새가 마당 너머 자두나무 울타리 밖으로 한나절은 퍼지고 '육고기는  껍데기가 최곤기라' 각지게 썰어진 껍데기를 굵은 천일염에 찍어 드시며 빼놓지 않는 말씀이었다. 올망졸망 다섯 속알맹이들을 덩그러니 놔두고 마흔의 마지막 고개를 못 넘고 산비탈에 누우셨다. 나의 껍데기에 도톰히 껍데기를 씌운 지 다섯 해가 지나도록 아직도 잔디가 자라지 않는 이유는 그 쫄깃한 껍데기를 좋아하셨기 때문일까. 황토 껍데기에 새로 잔디더미를 얹어 심고 생전에 즐기시던 소주를 병째로 뿌리고 남은 한 잔은 내가 마신다. 남들에게 속살 한 번 제대로 대접 못한 나는 산비탈을 내려오면서 내 등껍데기가 이토록 시린 이유를 인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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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좋은 시 한편 감상 잘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아버지는 절인 아픔이 있나 봅니다. 건필하소서 04/02/08 메모 삭제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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