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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시와정신                                           일시 2004-03-05 20:46:44
  글제목  조화진의 <밥>

<주부시 아카데미- 대전 미즈엔>

                                                            김  완  하(시인·한남대 문창과 교수)

              밥

                         조  화  진

오래 전부터 바라던 것이 있었다

따뜻하고 넓은 사람 하지만

지독하게 이기적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밥을 짓고 있었다

냄비에 밥을 지을 때는 은근해야 한다

조급증으로 뚜껑을 여닫지 않아도

끓어 넘치지 않게 어느새

밥물 잦아들면 불을 줄이고

뜸을 들일 때면 지루하리만큼

오래오래

익어 가는 밥을 살펴야 한다

바라던 것들 지금은

머리 속에 집을 짓고 있지만

냄비에 밥을 지어본 사람은 안다

지루하게 뜸 들여야 밥은 지어지고

머리에 집 지은 것들 가슴으로 옮겨간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바램들 이제

생쌀처럼 단단해져 있다면

정성스레 씻어

냄비에 밥을 안치고 싶다

시는 삶의 체험에서 우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 무엇을 쓸 것인가 고민하기 이전에 자신의 체험에 대하여 절실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시와 삶은 변증법적 관계를 통해 서로를 추진시켜 나아가는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삶의 발전에 의해서 시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시의 발전 속에서는 삶이 자극을 받아서 새로운 발전을 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의 탐구는 곧 삶의 탐구인 것이며 삶의 탐구는 곧 시의 탐구로 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시의 장점은 바로 이상의 사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화자는 냄비로 밥을 지어본 체험을 통해서 우리 삶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냄비로 밥을 짓기란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불이 세면 밥이 타버릴 것이고 불이 약하면 뜸이 들지 않겠지요. 따라서 냄비에 밥을 지을 때는 은근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삶은 때에 따라 참고 인내하며 성실하게 뜸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조화진 씨는 "냄비에 밥을 지어본 사람은 안다 / 지루하게 뜸 들여야 밥은 지어지고 / 머리에 집 지은 것들 가슴으로 옮겨간다는 것을"이라는 부분에서 의미를 집약하고 있습니다. 특히 "머리에 집 지은 것들 가슴으로 옮겨간다는 것을"에서 모든 것을 말하고 싶어한 것입니다. 그는 머리 속의 생각도 삶의 실천 속에서 진정한 깨달음으로 전화될 때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하려 한 것입니다. 이 시의 비결은 일상의 소재인 밥을 통해서 우리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 있는 것입니다. 조화진은 시를 통해서 진정한 삶을 일깨워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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