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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임승연                                           일시 2004-04-08 21:15:37
  글제목  스무날째 익숙해진 어느 나라에서

한번은 소를 피하다가,

한번은 사람을 피하다가,

아침부터 소똥을 두번이나 밟은 어느 날이었다.

우글쭈글 못생긴 오렌지를 삼십루피나 달라는

장수한테 화가 나서 하루 종일

즙을 못먹은 나는 목이 말랐다.

똥과 쓰레기 도처에 널려있는 흙바닥 위로

망고색, 석류색 사리 감은 여자들이

아직도 이마에 빈디를 찍고

그녀의 보호자 뒤에 은신하여 길을 가고,

그 옆으로 가죽만 남아 꼬리를 잡아당기면

훌러덩 벗겨질 것 같은 소는 종이 상자를

다 먹고도 배가 고파 비니루를 씹고있고,

코서 입까지 연결된 누런 자국 위로 파리가 다닥 다닥 붙은

두 눈이 우물같은 아이가 빤쓰도 안입고 제 거지 어미에게 안겨서

5루피짜리 동정에 보탬이 되고 있었다.

매연을 화내듯 토해내는 오토릭샤들 사이로

재빨리 꺼지지 못해 경찰에게 매맞은 가난한 싸이클릭샤꾼이 헤쳐나와

날더러 타라고 졸라댄다.

그러나 이십 몇날째 이것에 익숙해진 나는

그만치 익숙하게 그네말로 "네히!"라고 외쳐주고,

똥묻은 신을 바삐 놀려 목적지도 없는 길을 가며

오늘은 어쩐지 아침부터 재수가 없다고

얼굴에 구김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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