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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시인의마을                                           일시 2004-05-05 12:29:18
  글제목  박은정의 <그대의 그릇>

      그대의 그릇

                     박 은 정

투명한 그릇 그대의 모습

바닥을 드러낸 갯벌처럼

남김없이 비워버린 빈 그릇

그 속에 감추어진 시간

세월을 훔치고 달려온

그릇들 모양 제각기 달라

그대의 그릇 깊이도 다르다

오늘도 들여다 본다

그대만의 빈 그릇

바닥을 드러내지 않고는

그 속에 담긴 하늘 알 수 없네

이 시를 쓴 박은정씨는 ‘그릇’이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해서 우리 삶의 추상적인 문제를 드러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제법 시적 감각이 있는 분이라고 여겨집니다. 사람을 ‘그릇’에 비유하여 그 사람 그릇이 크다거나, 작다거나 하는 것은 비유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결국 그 자신의 그릇에 시간을 담는 것이겠지요. 역설적으로는 그가 받아들인 시간이 그의 그릇을 빚어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 결과 그의 그릇에 담겨진 시간의 의미가 곧 그의 생의 가치로 전이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화자는 2연에서 “그릇들 모양 제각기 달라 / 그대의 그릇 깊이도 다르다”고 하였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숫자만큼 그릇은 존재하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삶을 ‘그릇의 사회학’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 시의 진정한 의미는 3연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대만의 빈 그릇 / 바닥을 드러내지 않고는 / 그 속에 담긴 하늘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릇은 그 크기와 무관하게 그곳에 잡념이나 욕망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는 그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하늘’)를 알 수 없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그릇이 크다, 작다 하는 것도 부피의 문제라기보다는 얼마나 자신의 그릇에 차있는 불순물을 비워내고 투명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는 사실입니다.

다만 이 시가 좀더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행과 행 사이의 단절감이 부드럽게 연결되어야 하겠고, 다소 단조로운 시적 구성을 벗어나 세부적인 표현이 더 섬세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대전 <미즈엔> 200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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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 오월입니다. 글을 읽기 위해 눈에 익은 이름 먼저 하나하나...
박은정씨! 창작활동 열심히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바닥 드러내면 어쩌나 달빛 지나치고 있지 않는데...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앞날에 문운이 있길...
05/05/01 메모 삭제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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