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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미즈엔                                           일시 2004-06-02 15:03:09
  글제목  조재숙의 <거미>

여성시 아카데미

                                             김완하 (시인․한남대학교 문에창작학과 교수)

       거미

                 조 재 숙

내 안에 어느 날부터 거미가 살고 있다.

그 거미 날마다 변신을 꿈꾼다.

가느다란 연필심 세워

철없던 과거의 소녀를 그리기도 하고,

어느 날은 고운 실을 자아

정숙한 여인의 섬세한 손길로

현재의 나를 수놓는다.

어느 날엔 영롱한 이슬 머금고

샘물이 되어

미래의 은색 여인을 비추어 주기도 한다.

나의 모든 감성의 비늘로

아름다운 나만의 작은 집 지어주기를

내일 최고의 변신이 되기를 소망한다.

‘거미’는 그것이 지닌 독성(毒性)으로 인하여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허공에 집을 짓는 마술사로서의 의미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거미는 자신이 꽁무니에서 빼내는 줄을 통해서 이동하고 그 줄로 집도 짓고 또 그 줄 안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어느 철학자는 우리 인간을 ‘거미’의 속성에 비유하기도 하였습니다. 거미는 지상도 아니고 하늘도 아닌 그 중간에 줄에 매달려 살아가기 때문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과 유사하다고 본 까닭입니다.

그러나 시를 쓴 조재숙님은 ‘거미’를 자신의 내면에 살고 있는 대상으로 인식함으로써 거미를 무의식과 동일시하여 은유적으로 확장시켜놓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단 이점에서는 성공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조재숙님의 내면의 거미는 “과거의 예쁜 소녀”를 그리기도 하고, “정숙한 여인의 섬세한 손길”이 되기도 하며 “아름다운 나만의 작은 집”을 가꾸기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조재숙님은 거미의 끈질긴 노력의 자세를 자신의 내면으로 수용하여 삶을 가꾸어가고 싶은 의지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거미의 속성에 자신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실어내고 있는 것이 이 시의 장점인 셈입니다. 다소의 아쉬운 점은 3연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시어의 속성이 모호성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 구성 속에서 거미가 “샘물이 되어 / 미래의 은색 여인을 비추어 주기도 한다”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그 부분이 새롭게 다듬어진다면 이 시는 거미라는 이미지가 지닌 속성을 통해서 자신의 생을 들어내 보이는 탁월한 비유가 재미있게 구사된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전 미즈엔, 2004년 7월호)

조재숙

주소 :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휴대전화 : 011-9817-5248(조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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