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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구성주                                           일시 2006-12-22 14:19:52
  글제목  신전지기

  신전지기

어느 산 정상, 그 곳에 신전이 있다

난 신전을 지킨다

잡초들만 무성한

이따금씩 바람이 불어와 풀들을 흔들리는

그래야 살아있음이 증명되는

지금은 텅 비어 폐허로 나뒹구는

들쥐들이 드나들고

간혹 독수리가 원을 그리는

아무도 찾지 않는

이제 모든 이의 기억에서 사라진 신전

난 홀로 지키는 신전지기이다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을 지니고

해가 뜨고 해가 질 때 까지

이제는 풀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 길

저 멀리 지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기다림

누군가 반드시 찾아오리라는

그때

투명한 유리관에 알몸의 나신으로 누워있는

박제의 그녀도

징한 운명의 주술이 풀려

해피 엔딩의 눈물을 주욱 흘리려나

꿈을 꾸다

빨간 돼지 저금통을 가슴에 안고

어두운 골목길을 걷고 있다

눈앞에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스윽 나타난다

순간 놀라 깨니

아폴로 우주선이 달 착륙하는 장엄한 광경이

텔레비전에서 중계 된다

계수나무 밑에서 방아 찧던 토끼가

허둥지둥 분화구 깊이 숨어든다

몇 시인가

손목시계를 본다

죽어있는 시간

아, 시간은 박제의 그녀와 함께 순장시키지 않았던가

장대비가 무섭게 내린다

시야를 가린다

난 장님이 된다

해가 뜨고 해가 져도

그 넓은 초원 한 자리에서만

빙빙 돌다가 죽어가는 슬픈 영양처럼

나도 뱃플라이를 앓는다

점점 어두워지더니

마침내 어둠

완벽한 태초

죽은 자들을 위해서 건배

살아있는 죽음을 위해 건배

죽음을 위한 한 판 푸닥거리

나는 안 죽는다, 절대로

나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

나는 안 죽어, 안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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