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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완하                                           일시 2003-06-28 15:09:17
  글제목  윤선아의 <디지털 인형>

     디지털 인형

          윤 선 아(한남대 문창과 4년)

오라버니 앉은뱅이 책상 밑에 깔려

곰팡내 봄곷처럼 피어내는 연애 소설책

가슴으로 싸안고 다락에 오르곤 했던

열 넷 내 나이 출렁이던 그 마음

초경 붉게 달아오른 혀에 고인 침

손끝으로 찍어 발라가며 넘기던 숱한 사랑들

그리다 만 격렬한 장면 이어보려 해도 매번

같은 곳에서 막혀 개운하지 못했던 상상들

그 책들은 침에 곰삭아들어 초겨울

낙엽처럼 아삭아삭 죽어갔지만

나는 물만 마셔도 통통한 논 미나리처럼

파랗게 사춘기를 넘겼다

단축키 하나로 자동 책갈피 사용하여

기억까지 묶어놓을 수 있고 햇볕에 반나절

널지 않아도 고들고들 쉽게 말려나오는

자동 세탁기 속의 빨래들처럼 이젠

사랑과 추억도

전자 책으로 가볍게 클릭 할 수 있다

알싸한 곰팡내가 아닌 덜 마른 시멘트

냄새에 묻혀 사춘기를 넘기며 반질반질

디지털화 되어 가는 이 시대 화려한

우리 아이들에게

의자에 몸 비스듬히 묻고 클릭, 클릭 하는 대신

배 깔고 엎드려 누워 침 발라가며 읽는

끈적근적한 삶을

맛보여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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