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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완하                                           일시 2003-09-14 23:50:09
  글제목  김영숙의 <시를 먹는 날>(미즈엔 게재)

     시를 먹는 날

               김 영 숙

가슴에 빗물이

주루룩 쏟아지는 날

소화제를 먹어도

조여오는 답답한 가슴이

풀리지 않는 날엔

수십편의 시를 먹는다

시린 바람

쓰라린 상처에 스치는 날

머리 위로

큰 바위 내려치고

허망한 꿈을 꾸는 날

야금야금 시를 먹는다

손발을 꽁꽁 묶어 놓아

허우적거리며

절망과 씨름하는 날

꿀꺽 한편의 시를 삼킨다

어느 비평가가 문학의 기능을 강장제의 효과가 있다고 했던가요? 아하, 이 시를 쓴 김영숙 씨는 시가 “소화제를 먹어도 / 조여오는 답답한 가슴이 / 풀리지 않는 날”에 먹는 소화제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누군들 시를 먹고 아픈 배가 나은 적이 있겠습니까? 이점에서 이 시는 풍자적이지요. 뿐만 아니라 이 시는 “쓰라린 상처에 스치는 날”, “허망한 꿈을 꾸는 날”, “야금야금 시를 먹”는다고 합니다. 또한 “절망과 씨름하는 날”에는 “꿀꺽 한편의 시를 삼킨다”고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시는 김영숙 씨가 시의 기능에 대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해낸 것입니다. 문학의 기능은 정치나 경제와 같이 일차적으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문학은 우리에게 이차적(정신적)인 면에서 의미를 주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배가 아픈 것이나 상처를 낫게 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시의 기능은 현실 삶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허망한 꿈에 시달릴 때나, 절망과 씨름할 때 약이 된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30대나 40대가 되어서도 시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습작을 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 이러한 시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시가 좀더 시적으로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1연의 “가슴에 빗물이 / 주루룩 쏟아지는 날”, 2연의 “머리 위로 / 큰 바위가 내려치고”, 3연의 “손발을 꽁꽁 묶어 놓아 / 허우적거리며” 등의 부분을 좀더 퇴고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들은 자신의 주관이 너무 강하게 들어 있고, 보편성이 좀 부족한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독자들은 표현된 언어들만으로 의미를 파악하기 때문에, 시의 언어는 객관성을 지녀야 하는 것입니다. 이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 이 글은 <미즈엔> 잡지에 게재하고 있는 주부시아카데미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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