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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완하                                           일시 2019-09-22 14:08:44
  글제목  다시 쓰는 금강(4)/금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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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

 

 

                      신동엽(1930~1969)

 

 

우리들의 어렸을 적

황토 벗은 고갯마을

할머니 등에 업혀

누님과 난, 곧잘

파랑새 노랠 배웠다.

 

울타리마다 담쟁이넌출 익어가고

밭머리에 수수모감 보일 때면

어디서라 없이 새 보는 소리가 들린다.

 

우이여! 훠어이!

 

쇠방울소리 뿌리면서

순사의 자전거가 아득한 길을 사라지고

그럴 때면 우리들은 흙토방 아래

가슴 두근거리며

노래 배워주던 그 양품장수 할머닐 기다렸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어린 날 우리는 노래를 배워 부르곤 했지. 그 노래 이야기를 낳고, 또 그 이야기 노래를 낳곤 했지. 어느 시절엔 숨어서 숨죽여 배워 부르고 듣던 노래. 그 속에는 살아 숨 쉬는 역사의 맥박이 뛰고 있었지. 그 맥박은 후세 사람들 가슴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며 역사를 써나갔다. 그러는 동안 금강은 쉬지 않고 길고 긴 서사시를 쓰고 있었다. 우리 민족이 어둠에 묻힌 때도 그랬고, 가을 들녘 풍요와 기쁨 흐를 때도 그러했다.

방울소리 흩뿌리며 일본 순사의 자전거 아득한 길로 사라지던 때. 가을이면 벼 이삭에 패이던 핏빛 노을. 그건 민족이 울분 삭이기 위해 토해내던 울혈이었다. 그때 가슴 두근대며 배워 부르던 노래가 있었지. 그 노래 들려주던 박물장수 할머니. 녹두꽃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그 노래 소리 멀리 멀리 퍼져나가 시인들 가슴으로 스며들어 당찬 금강으로 살아나고 있다.      김완하(시인.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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