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왼쪽 이미지 상단 가운데 이미지 상단 오른쪽
 작성자   김완하                                           일시 2018-01-10 16:52:15
  글제목  김완하의 대표시 12편(짧은 시)

DownLoad : 김완하대표작(12편).hwp (17 Kb)  다운 : 4 회


2

 

김완하

 

 

가장 먼 거리에서 아름다운 이가 있다

텅 빈 공간에서도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우리가 사는 날까지 소리쳐도

대답 없지만,

눈감으면 다가서는 사람 있다

 

 

 

3

 

진실을 향한 고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가 한세상 무너지며 달려와

빈 가슴으로 설 때,

하늘 가득 박힌 별들이여

 

온 하늘을 위하여

태어난 그 자리를 지키며

일생을 살다 가는 사람들

 

별은 왜,

어두운 곳에 선 이들의 어깨 위로만

살아 오르는가

휩싸인 도시를 빠져 나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만 빛을 뿌리는가

 

숨죽여 흐르는 찬 강물에 누워

이 한밤 새도록 씻기우는 별빛,

새벽이 닿아서야

소리없이 강심을 밀고 올라와

가장 맑게 차오르는 별을 본다

 

 

 

4

 

나의 별은 내가 볼 수 없구나

항시 나의 뒤편에서

나의 길을 비춰 주는 그대여,

 

고개 돌려 그를 보려 하여도

끝내 이를 수 없는 깊이

일생 동안 깨어 등을 밝혀도

하늘 구석구석 헤쳐 보아도

나는 바라볼 수가 없구나

 

우리가 삼천 번 더 눈떠 보아도

잠시, 희미한 그림자에 싸여

그을린 등피 아래 고개를 묻는 사이

이 세상 가장 먼 거리를 질러가는 빛이여

 

어느새 아침은 닿고,

진실로 나의 별은 나의 눈으로

볼 수가 없구나

 

 

 

별들의 고향

 

김완하

 

 

어머니는 집 가까운 콩밭에 김을 매시고 저녁이 되어서야 맨발로 호미와 고무신을 들고 돌아오셨지요. 우물가 빨랫돌 위에 고무신을 닦아 놓으시고, 하루의 피로를 씻으시던 저녁, 땅거미가 내릴수록 더욱 희게 빛을 발하던 어머니의 고무신. 어머니의 땀 밴 하루가 곱게 저물면 이제 막, 우물 안에는 솔방울만한 별들이 쏟아지고 갓 피어난 복숭아도 살포시 꽃잎을 사리는 것이었지요

 

지금 우물은 자취 없이 사라지고 말았는데, 싱싱한 꿈 길어 올릴 두레박줄 내릴 곳 없는데, 이제는 그곳에 서보아도 뒷산 솔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나의 저 어린 시절 어머니의 흰 고무신이 빛나던 저녁, 우리 집 우물에서 솟아나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칡덩굴

 

저렇듯 얽혀 사는 아름다움을 보라

험한 비탈길 함께 기어오르는,

 

하나의 뿌리로 여러 개 하늘을 품고

무더기무더기 꽃을 피우는

 

아픔으로 얼크러져 바로 서고

서로의 상처를 온몸으로 감싸 주며

 

가파른 어둠 벼랑을 타고 올라

죽음까지도 함께 지고 가는

 

 

 

발자국

 

 

너는 항시 뒤에 남아

길 위에서 생을 마친다

네 온기를 남김없이 길 위에 비운다

 

마을 하나에 닿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너의 목숨을

길 위에 뉘어야 하는가

 

어두워 집에 돌아온 밤

부르튼 발 씻으며

그제야 나는 바닥에 가 닿는다

 

돌아보면 내 몸 구석구석

네 그리움으로 커온 길이 있다

발자국이여.

네가 먼저 마을에 가 닿았구나

 

 

 

무창포에서

 

 

얼마나 사무치면

바다도 갈라져 제 가슴 드러내는 것일까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 많은 물 다 비워버려

한없는 바닥까지 보여주는 것일까

 

내가 찍고 가는 발자국에 고여

글썽이는 바다의 눈동자

우리 걷는 모든 길이란

바다가 갈라낸 그리움

 

 

 

 

 

바닥이 깊다는 것,

물 바진 뒤에야 알았습니다

 

드러난 갯벌에 서서

사방 팔방 흩어지는 게떼 속에서

다시 차오를 깊이를 봅니다

그 물의 무게를 느낍니다

 

물 나간 뒤

빈 바닥 위에서

두 섬도 하나임을 알았습니다

 

 

썰물

 

물 나가어샤

섬도 하나의 큰 바위임을 안다

 

바다 깊이 떠받치고 있는

돌의 힘,

 

인간 세상

발 아래 까마득한 벼랑을 본다

 

 

 

.5

 

 

가난한 사람들만이

새벽마다 깨어나

골목을 쓴다

 

일시에 사라지는 별빛,

풀 포기마다 가득 내린

맑은 이슬로 손을 씻는다

 

새벽에 깨어난 사람들만이

내일 밤에 또다시

새로운 별이 떠오를 것을 믿는다

 

 

물소리

 

 

간밤 물길이 내고 지운 소리들

모두 다 산속으로 가 있다

물소리는

물푸레나무 잎마다 둥지를 틀고

산뽕나무 줄기에

거미줄 치고 이슬을 걸었다

 

숲길 걷다 보면

물은 왜 흐르며 소리를 내는지

물은 왜 소리를 따라가는지

물소리 속으로 걸어가면

소리만 가고 길은 남아

나무와 풀의 잎맥이 되어 눕는다

 

내 발자국 위에 다시 길을 내며

어둠 속 물소리 따라 들어가면

물은 소리로 집을 짓고 마을을 감돈다

 

 

 

엄마

 

 

첫돌 지난 아들 말문 트일 때

입만 떼면 엄마, 엄마

아빠 보고 엄마, 길 모고도 엄마

산 보고 엄마, 들 보고 엄마

 

길 옆에 선 소나무 보고 엄마

그 나무 사이 스치는 바람결에도

엄마, 엄마

바위에 올라앉아 엄마

길 옆으로 흐르는 도랑물 보고도 엄마

 

첫돌 겨우 지난 아들 녀석

지나가는 황소 보고 엄마

흘러가는 시내 보고도 엄마, 엄마

구름 보고 엄마, 마을 보고 엄마, 엄마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찌 사람뿐이랴

저 너른 들판, 산 그리고 나무

패랭이풀, , 모두가 아이를 키운다

 

 

 

허공이 키우는 나무

 

 

새들의 가슴을 밟고

나뭇잎은 진다

 

허공의 벼랑을 타고

새들이 날아간 후,

 

또 하나의 허공이 열리고

그 곳을 따라서

나뭇잎은 날아간다

 

허공을 열어보니

나뭇잎이 쌓여 있다

&l


 
글목록
 

 Total:231    Page:( 24/1 )  
NO 글제목 작성자 작성일자 첨부 조회수
231 김완하 2019-10-02 29
230 김완하 2019-06-16 190
229 김완하 2019-06-16 202
228 김완하 2019-01-31 472
227 김완하 2018-05-17 756
226 김완하 2009-10-05 408
225 김완하 2018-01-10 963
224 김완하 2018-01-10 1107
223 김완하 2017-12-04 1084
222 김완하 2017-11-17 536
[ [1] [2] [3] [4] [5] [6] [7] [8] [9] [10] [▶] [24] ]
글목록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