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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완하                                           일시 2013-08-19 20:20:39
  글제목  김완하, <산맥에 기대어-고은 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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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맥에 기대어

                 -고은 선생님께



                                         김완하



마을로 난 길이 흐려 보이고

시를 생각하는 마음 굼뜰 때면

밖으로 나가 가까운 산을 바라보고 섭니다

산자락도 이어이어 가

큰 산맥에 가 닿으리니

잠시 그렇게 큰 호흡으로 우러르다

돌아서면 가슴에는 밀물져 오는 그리움 가득합니다


시를 향한 뜨거움 감당할 수 없던

젊음과 시대의 격정이 들끓던 날

작은 비탈에 넌지시 팔을 뻗는 산맥 하나 있었습니다

폭설이 내린 겨울 눈밭을 헤치며 찾아갔습니다

흰 눈밭을 배경으로 솟아있던 첫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주 앉아 대면하던 순간

너 평생 문학 할래?

너 평생 문학 할래?

너 평생 문학 할래?

세 번씩이나 재차 물으시던 뜻

돌아오며 산맥을 향해서 스스로에게 묻던 말

너 평생 문학 할래?

긴 메아리로 달려와 작은 비탈 감싸주었습니다


한 달마다 한 번씩 여린 풀잎을 품고 가 기대면

안경 너머로 깊은 눈빛을 쏘아내며

힘주어 격려의 메아리로 울리던

너는 되겠다

나의 1960년대 폭은 되겠다

너처럼 빨리 열리는 경우도 드물다

이제 됐다 투고해라

축배를 들자 십년을 밀고 나가라

그리고 또 다시 십년을 밀고 나아가라

끝내 비탈을 사랑으로 들어 올리던 한마디

네가 나를 이륙했다

메아리, 메아리, 메아리 산맥에서 울려왔습니다


시인이 되던 가을에 주신 『나의 파도소리』가

아직도 푸른 물결 일구며 힘찬 목소리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시인 생활을 빌며 1987년 추석

부디 노래 속에

거짓 없기를 바라네

함께 노래하세


아, 돌아보니 비탈에도 어느새 작은 나무가 자라고

나무와 나무 어울려 숲을 이루는 시간

이제 산맥은 더 큰 산맥으로 뻗어 가야하는데

안성에 새겨진 만인의 삶과 역사 이어야 할 숨결


산맥이 비탈에게 내려준 심명(心鳴)

마음으로 울어라

마음으로 울어라

마음으로 울어라

산맥의 메아리는 언제나 세 번씩 새겨야 하겠지요

마음으로 울어야 마음을 울릴 수 있겠지요


마을로 난 길이 흐려 보이고

시를 생각하는 마음 굼뜰 때마다

밖으로 나가 차령산맥을 향해 서있겠습니다

작은 비탈에도 나무가 자라고 푸른 숲이 열리면

큰 산맥에 가 닿으리니

언제라도 깊이 울리는 산맥의 메아리

돌아서면 가슴에는 밀물져 오는 그리움 가득합니다



* 고은 선생님은 시집 『내 변방은 어디로 갔나』(창비, 2011)에서 「안부 - 김완하에게」라는 시를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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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부

              - 김완하에게



                                     고은



잘 있겠지 탈 없겠지라는 안부가 사람의 한계일 수밖에


여기도 별 탈 없다네

저 건너 서운산도

마른 안성천도

발 앞의 한천도 그렇다네

이번 겨울 한 자쯤으로 두꺼운 얼음 왔다네

이쪽에서 

저쪽까지 

한천 위 사내싸게시리 걸어갔다네

걸어갔다 걸어왔다네


자네 어릴 때

대소쿠리로 떠내던

그 피라미 현손녀 현손자들도

얼음 밑에서 너나들이 알이알이로 자란다네

이런 다음에야

새 세상 나와

포릉포릉 물 위로 이쁜 주둥이

더러 내보이기도 한다네

영락없이 

황새란 놈이 그때를 노린다네 


자네의 고향 자네 어릴 때라면 얼마나 좋은 덴가 거기까지라면

                        (『내 변방은 어디 갔나』, 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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