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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완하                                           일시 2021-05-17 10:13:03
  글제목  고향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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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도에서 외 2

 

김완하

 

 

하나의 물결로 왔다

물결로 갑니다

 

봄은 또 봄으로 지고

산철쭉 나리꽃 몇 줄기 고개 꺾어

꽃잎 하나로 온 바다 물들었습니다

 

다시 이 섬을 떠나렵니다

몇 자락 노을에 쉬이 까무러치며

우리는 다시 섬으로 닫힙니다

섬 안에 많은 섬 있습니다

 

부서지면서 사는 일,

바다는 파도를 끌어와

몇 조각 김발만 남기도 갑니다

 

돌아보면,

빈 모래밭일 뿐인데

무엇이 더 큰 그림자로 남겠습니까

 

몇 개의 봄이 왔다 가는지

오봉산 꼭대기 깨금발로 서서

잉잉 우는 파도에 귀가 저립니다

 

고요 위에 침묵으로 누워

무엇이 더 큰 북소리 징소리로 지겠습니까

져간 꽃잎 쉬이 잊히고

꺾인 가지만 남아서

 

물결로 왔다

하나의 물결로 갑니다

도마동

 

 

아들의 고향은 어디라 일러줄까

 

199094, 내 긴장된 가슴에 물꼬를 트던 산부인과 수술실일까, 걸음마를 배워 걷던 경남아파트 1403호일까

 

아침이면 일찍 깨어 싱싱카를 타던 아들을 두고 베란다로 나가 저 멀리 보문산을 바라본다

 

지척에 피던 진달래의 민둥산도 깎여 '복음로얄'이 들어서고, 그 어디 봄날 하루도 새소리 한 방울 들리지 않는데, 이 다음 아들은 무엇을 떠올려 향수를 새길까

 

오늘 저녁 실내 낚시터에서 친구가 잡아온 가물치 매운탕을 함께 뜨면서, 친구의 마음 한구석에도 그늘이 깔린다

 

애써 시골 고향 이야기로 눈 돌려 머물다가 은근히 스며오는 취기, 앞 동 아파트 위에 걸린 초승달이 비듬처럼 부서져 매운탕 속으로 잠긴다

한밭수목원

 

사내의 오른 손은

여인의 허리를 휘어 감고

사내의 왼손은 그의 허리

아래 와 닿은 여인의 손을

감싸 쥐었다

풀벌레가 울고,

으름덩굴이 팽팽하게 조여드는

한낮 그들의 발자국 소리만

또박또박 징검돌 위를 밟고 갔다

한동안의 침묵이

숲으로 빨려 들었다

잠시 멈추었던

풀벌레들 다시 목청을 세워

숲속을 한껏 돋운다

그때 수세미는 주렁주렁

수직으로 제 그리움을 매단다

박주가리 열매 속에는

가을볕이 꽉꽉 쟁여 있다

 

 

경기도 안성 출생. 1987[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길은 마을에 닿는다], [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 [네가 밟고 가는 바다], [허공이 키우는 나무], [절정], [집 우물]. 시외시학상 젊은시인상, 충남시협 본상 등 수상. 현재 한남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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