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은 한국 현대사의 격변 속에서도 그 시대와의 긴장관계를 잃지 않고 현실에 대해 예리한 비판적 인식을 표출하였다. 그의 시는 문학의 역사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에 유의미성을 갖는 문학으로 평가되어 왔고, 이후의 한국 현대시에도 큰 영향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그의 시가 지닌 가치는 이러한 현실 지향적 측면에서만 찾을 수 잇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현실 위에서 싹트고 발휘되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구원이라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그러한 점을 지닌 문학 작품을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할 때, 신동엽의 시는 이 점에서도 새롭게 그 가치가 평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바로 그 점을 신동엽의 시에서 새롭게 인식하고자 한 것이 이 논문의 출발이었다.
- "책머리에" 중에서
한국 현대시의 지평과 심층
나는 문학이 현실 속에서 싹트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근원적인 사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믿는다.
문학은 현실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때일지라도 그것을 초월하려 는 정신을 항시 그 안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문학이 역사적인동시에 초역사적이고, 사회적이면서도 자율적이라는 인식틀 위에서 현대시에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비평 방법과 관점의 일관성 보다는 보다 다양한 방법의 모색과 통합으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학문과 비평과 창작의 과정을 보다 적절한 조화 위에서 지 향하려는 나의 노력이기도 하다.
- "책머리에" 중에서
- 시집해설에서
이 시점에서 진실로 새로운 세기, 새로운 천년을 위한 노력과 열정이 얼마나 펼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노력이 없는 한 우리는 다시 해묵은 과제에 파묻혀 허덕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새로움이란 어디까지나 현실의 문제를 쉽게 초월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그것을 밀고 나아가는 치열한 정신 속에서 얻어진다고 믿는다. 전신의 문제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는 문화와 정신의 새로운 갈증 속에 있지만 주변 환경은 대단히 열악한 상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문학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는 이미 바닥으로 추락하였으며,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믿고 그것을 추구해사는 자세 역시 빈곤 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 인식과 함께 새로운 시정신의 모색이 필요하다.
시는 한 시대의 정신과 표정, 그 문학적 흐름을 가장 예리하게 보여주는 문학 장르이다. 또한 시는 그 시대의 언어의 속살이며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와 정신을 통해서 우리 시대의 문제와 새롭게 만나고자 한다.
새로운 시와 새로운 시정신의 추구를 통해서 문화와 정신의 결핍을 감당하고 그것을 극복해 나아가야 한다.
